For the Republic

여기, 머나먼 은하에 찬란한 역사를 자랑하는 거대한 국가가 있었다. 7천만 행성에 수많은 문화와 역사를 가진 수천만 종족, 그리고 100경에 달하는 지성체를 대표하는 국가. 자유와 민주주의의 숭고한 가치 아래, 그들은 은하계 곳곳에 희망의 빛을 전파했다. 그 이름은 바로 은하 공화국이었다. 공화국의 심장부에는 일천하고도 스물네 명의 지혜로운 의원들이 모여 은하의 미래를 논하는 웅장한 은하 상원(Galactic Senate) 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들은 공화의 이름으로 이성과 합리, 그리고 모든 지성체의 자유를 수호하는 수많은 정책들을 열띤 토론과 논의 끝에 입안되었으니. 오늘도 은하 의회에서는 은하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지성적이고 품격 있는 대화가 이어지고 있을 것이다. "아니 씨발, 돈을 쳐먹었으면 일을 하라고 이 의원 나으리들아!" ..... 아마도, 지성 있고 품격 있는 대화가 이어지고 있었을 것이다. 쩌렁쩌렁 울리는 격렬한 외침이 집무실 안에 울러퍼졌다. 소리의 근원지는 은하계에서 손꼽히는 기업, SI의 회장. 테크노유니온의 제일가는 영향력을 보유하고 온 은하의 블래스터와 광물 회사를 손에 쥔 여자였다, "이 씨발놈들이 돈을 쳐먹었으면 일을 하라니까?! 내가 니놈들 목구멍에 몇천억 크레딧을 쑤셔넣었는데 해적 하나 제대로 못 잡는다고?!" 집무실 안에는 격렬한 분노와 짜증이 뒤섞인 그녀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책상 위에는 깨진 유리 조각과 흩어진 서류들이 그녀의 격앙된 감정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해적. 그들은 아우터 림의 어둠 속에서 기생하며 살아가는 존재들이었다. 행성을 거점으로 삼아 은하 곳곳의 물류망을 거미줄처럼 엮어 놓은 SI 기업의 수송선들을 노략질하며 막대한 부를 축적하는 파렴치한 약탈자들이었다. 그들의 습격은 예측 불가능했고, 한 번의 공격으로 수많은 물자와 귀중한 생명이 순식간에 사라지곤 했다. 그녀는 결코 많은 것을 원한 것이 아니었다. 드넓은 은하의 안전과 번영을 위해, 아우터 림에 뿌리내린 해적들을 완전히 뿌리 뽑을 수 있는 최소한의 힘. 수백여 척의 강력한 전함으로 이루어진 신속 기동 함대, 오직 그것만을 간절히 바랐을 뿐이었다. 그녀가 쏟아부은 천문학적인 크레딧은 이미 함대 수십개를 편성하고도 남을 자금이었다. 그러나, 은하 공화국의 대자대비하신 의원 나으리들께서는 어찌 된 일인지 해적들의 자유와 권리마저 세심하게 보살피고 계셨으니 "해적들에게도 그들만의 사정이 있을 수 있습니다!", "무력 진압은 또 다른 갈등을 야기할 뿐입니다!", "대화를 통해 평화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합니다!"... 상원의 웅장한 홀에서는 오늘도 이상적이고 공허한 외침들이 메아리치고 있었다. 아! 자비로운 의원님들의 뜻 아래 은하는 더할 나위 없이 살기 좋은 시대였다. 그녀는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간신히 삼켰다. 평화적인 해결? 그들이 빼앗아 간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과 기업의 막대한 손실에 대해 과연 어떤 '대화'가 가능하단 말인가? 그녀의 푸른 눈에는 차가운 분노와 함께, 동시에 머릿속에서 째깍거리는 카운트다운의 숫자는 또 하나 줄어들었다. 그녀에게, 그리고 [기업] 에게 남은 인내심은 그리 많지 않았다. "저 꼴을 보고 있으면 내가 제 명에 못 죽지... 차라리 스파이스라도 한껏 빨아서 이 빌어먹을 세상을 잊어야 하나" "아니, 일개 [기업인] 이 왜 이딴 골치 아픈 일까지 신경 써야 하는 건데, 씨발!" 끓어오르는 분노에 머리가 지끈거릴 때, 집무실 문이 조심스럽게 두드려졌다. "회장님.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내가 그 누구도 들이지 말라고 분명히 말했을 텐데?"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날카로웠다. 지금 그녀는 그 누구와도 얼굴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송구합니다, 회장님. 하지만... 꼭 만나셔야 합니다. 두쿠 백작이십니다." '두쿠 백작?' 그녀의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 두쿠 백작. 누대에 걸쳐 역대 회장단이 [녹색 난쟁이] 에게 수백년간 구애했으나, [녹색 난쟁이] 는 권력은 자신의 길이 아니라고 거부했다. 두쿠 백작은 그 [녹색 난쟁이] 의 제자로, 차대 제다이 그랜드마스터로 거의 확정된 존재였다. "들여보내." 짧고 단호한 그녀의 명령에 비서는 황급히 문밖으로 사라졌다. 잠시 후, 웅장한 문이 천천히 열리며, 윤기 나는 회색빛 머리카락과 형형한 푸른 눈빛을 가진 노년의 남자가 묵직한 지팡이를 짚고 집무실 안으로 들어섰다. 그의 온몸에서는 오랜 수련과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듯한 묘한 위엄이 느껴졌다. "오랫만이오, 회장." 두쿠 백작의 목소리는 낮고 침착했지만, 그 안에는 묘한 울림이 담겨 있었다. 그는 그녀를 깊숙이 꿰뚫어 보는 듯한 날카로운 시선을 던지며 입가를 살짝 들어 올렸다. "그때의 제안은 아직 유효하오?" 그녀의 심장이 순간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때의 약속'이라니... 수백년에 걸쳐 그녀의 선대 회장들이 [녹색 난쟁이]에게 요청한, 구애한 [제안]. 그 이름이 두쿠 백작의 입에서 나왔다. "백작," 그녀는 차분한 목소리로 응수했다. "오래전의 약속에 대해 말씀하시는군요. 물론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고 두쿠 백작의 표정을 살폈다. "그 제안이 지금의 상황과 어떤 관련이 있습니까?" "오래된... 아주 오랜 고민이었습니다, 회장." 두쿠 백작의 깊은 눈빛은 과거의 어떤 격랑을 겪어온 듯 흔들림이 없었다. "수십 년간 나를 괴롭혀 온 고뇌였지요. 어쩌면 너무 늦은 결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수십 년간 마스터 두쿠를 괴롭힌 고민이라니... 대체 무엇입니까?" 그녀는 숨을 죽이고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지난 수십 년... 나는 진정으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제자를 찾지 못했습니다. 그렇기에 쉽사리 결정할 수 없었지요." 두쿠 백작은 잠시 침묵하며 먼 곳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비로소 지금, 나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결연함이 묻어났다. "나는, 이 공화국의 최고 수상이 되고자 합니다." 그의 말은 짧고 강렬했다. 그녀는 숨을 멈췄다. 제다이 마스터, 그것도 차기 그랜드 마스터 후보였던 그가 공화국의 수상이 되겠다니... 그녀의 머릿속에 불꽃놀이가 일어난 듯 했다. "공화국의 시민들을 섬기기 위해." 두쿠 백작은 말을 이었다. "공화국 내부에 깊숙이 뿌리내린 썩은 무리들을 도려내고, 코러산트 리포메이션을 위해, 천년 동안 고인 썩은 물을 갈아치우고 새로운 천년간 이어질 새로운 토대를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많이 늦고도 늦었지만... 나, 두쿠는 이제 [제다이 마스터] 두쿠로서가 아닌, 나의 혈통을 따라 [세리노의 백작] 두쿠로서의 길을 걷고자 합니다. 당신들이 수십 년 전에 내게 건넨 그 제안은 아직 유효합니까?" "참으로... 너무나도 오랜 기다림이었지요." 침묵을 깨고 그녀가 감정이 북받친 목소리로 답했다. 그녀의 푸른 눈에는 깊은 회한과 간절함이 동시에 어려 있었다. "수천 세대에 걸쳐 공화국의 광활한 프론티어를 개척해 온 우리 SIㄱ가 , 수많은 행성과 종족을 만나 그들을 [고객]으로 삼고 그들에게 물건을 사고팔던 우리가. 이제는 저 보잘것없는 무역 연합의 네모이디안들 따위에게조차 비웃음을 사는 시대입니다. 이 끔찍한 시대에 SI의 회장을 맡게 된 것을, 수백 번, 아니 수천 번도 더 저주했습니다." 그녀, 아니 회장은 담담히 말을 이었다 "코러산트, 우리의 고향이여, 군림하여라" "우리는 그대의 시종장이니, 그대의 왕좌 앞에 놓일 붉은 카펫을 까는 것이 우리의 숙명이요, 그대의 찬란한 왕관을 장식할 빛나는 보석은 바로 우리의 역작일지니" "Cree's Pride... 오랜 전설이지요. 오랜 시간에 걸쳐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군 전설 말이오. " 두쿠 백작이 낮게 읊조렸다. "다른 이들에게는 전설이겠으나, 우리에게는 삶의 방식입니다. 백작" "그러나 한때 온 은하에 빛을 전하는 코러산트의 공업지대조차 녹이 슬어 멈추었고" 한때 은하를 비추던 자유와 민주주의의 찬란한 빛은 이제 역겨운 탐욕과 권력 다툼의 비명으로 더럽혀졌으니" 이제 우리의 본사 Cree 행성의 인구조차 고작해야 수천억 명에 불과합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깊은 절망감이 배어 있었다. "2만 6천 년 전, 우리의 기업이 설립된 이후 이어져 온 그 수만 년의 영광은 이제 빛바랜 시체처럼 남아, 내게 끊임없는 고통과 저주만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참으로 끔찍한 시간이었지요." 두쿠 백작은 그녀의 고통에 공감하는 듯 나지막이 말했다. 그의 눈빛은 깊고 슬픈 빛을 띠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모든 것이 바뀔 것입니다" "그렇게 되어야지요" 끔찍한 어둠의 시대를 밝힐 한줄기 빛은 이 순간, 타오르기 시작했다.

Public Last updated: 2025-04-27 08:23:24 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