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의 의지
광활한 은하를 수천 세대에 걸쳐 누비며 영향력을 확장해 온 거대 기업, SI. 7천만에 달하는 공화국 소속 행성과, 그리고 그보다 훨씬 많은 행성을 거미줄 같은 항로로 연결하는 거대한 기업.
그리고 그 기업에서 일하는 무수히 많은 직원들은 누구나 마음 한편에 품고 있는 작은, 그러나 깊은 질문 하나가 있었다.
SI. 그 이름의 첫 글자, 'S'는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
쉬는 시간, 복도, 초공간 항행 중인 함선의 휴게 공간, 어디에서든 직원들은 각자의 추측을 늘어놓곤 했다.
"역시 Stellar겠지. 찬란한 우주를 밝히는 반짝이는 별빛처럼, 우리 SI는 은하계를 널리 비추고 개척하는 존재니까."
젊은 엔지니어 하나가 열띤 목소리로 말했다. 그들의 기업은 수천 세대에 걸쳐 미지의 프론티어를 탐사하고 확장하며, 은하 공화국에게 드넓은 우주의 프론티어를 보여주지 않았던가.
"아니, 분명 그것은 Sanctuary, 낙원을 의미할걸세."
나이 지긋한 인사 담당 직원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반박했다.
"모두를 위한 안식처와 같은 기업, 그게 우리 회사의 사훈이나 다름없잖은가? 우리는 수천 세대에 걸쳐 수없이 많은 종족들을 만나고,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며 가르치고,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공정한 거래를 추구했으니까. SI는 언제나 포용의 상징이었지."
"어쩌면 Second일 수도 있어. SI는 은하계 모든 고객들에게 두 번째 삶의 기회를 주니까."
자원 탐사팀의 베테랑 대원이 무심하게 툭 던졌다. 그의 말처럼, 파산 위기에 몰린 기업, 고향 행성을 잃은 난민들, 혹은 절망에 빠진 개인이 SI와의 거래를 통해 새로운 시작을 얻는 경우는 수도 없이 많았다. 온 은하의 모든 이들에게, 그들의 손길은 말 그대로 두 번째 기회였다.
"나는 Singularity, 특이점이라고 생각해." 기업의 거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하는 기록관인 그는 안경을 고쳐 쓰며 단호하게 말했다.
"우리 회사의 존재 자체가 은하의 역사에 있어 특이점과 같았으니까. SI라는 이름의 기업이 온 은하에 퍼져나가고, 그들의 네트워크가 구축된 이후로, 비로소 온 은하의 모든 종족이 지식과 기술, 문화를 거리낌 없이 교류하는 거대한 장이 열렸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시대가 열린 거야. 바로 우리의 이름 아래에서"
그는 SI의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하는 조직, '기록관'의 일원이었다. 그의 말은 늘 신중했지만, 수천 세대에 걸친 모든 정보를 취급하는 이들의 의견은 가볍게 넘길 수 없었다.
"[기록관]인 네 생각이 그렇다면... 아무래도 그럴 가능성이 높겠네." 누군가 그의 의견에 무게를 실어주었다.
"아무래도... 그렇지." 기록관은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하는 우리 일원들이 그리 말씀드린다면야... 통계적으로 보나, 역사적 흐름으로 보나, 여러분의 추측 중 하나에 진실이 가까울 겁니다."
수천 세대를 이어온 SI의 모든 기록을 관리하는 조직. 그들의 일원의 의견은 이런저런 사견들을 단숨에 찍어누를 만한 절대적인 신뢰성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조차도 확신을 가지지 못했으니, . 'S'의 의미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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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세대에 걸쳐 내려온 그 미스터리. 그 답을 마침내 알게 될 사람이 있었다.
시노노노 타바네. 이제 막 SI의 새로운 회장으로 취임할 젊은 여성이었다. 당대 SI의 회장인 그녀 역시 과거, 다른 직원들처럼 마음속 한편에 그 질문, SI의 'S'에 대한 궁금증을 품고 있었다.
그녀의 회장 취임식 날. 화려하지만 엄숙했던 행사가 끝나고, 전임 회장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세월의 무게에 약간 굽은 어깨와 깊어진 눈가의 주름은 그가 짊어졌던 짐의 크기를 짐작게 했다.
"타바네 회장, 진심으로 축하하네." 전임 회장은 따뜻하지만 어딘가 비통함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젊은 나이에 이 거대한 기업을 이끌게 된 것을 축하하고, 동시에... 이 험난하고 어두운 시기에 무거운 짐을 그대에게 넘겨주게 되어 깊이 사죄하네."
"아닙니다, 회장님." 타바네는 침착하게 답했다. "회장님께서 수십 년간 회사를 훌륭히 이끌어오시며 이 난국을 버텨내지 않으셨습니까. 그 공로는 모든 직원이 기억할 것입니다."
전임 회장은 씁쓸하게 웃었다.
"나는 이제 회장이 아닌 한낱 야인일 뿐이네. 오늘로서 수십 년간 짊어졌던 무거운 짐을 마침내 내려놓고 떠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야."
그의 눈빛에 잠시 회한이 스쳤다.
"나는 그저 이 험난하고 어두운 시대에 기업을 유지하는 데에만 급급했을 뿐. 무수한 사원들의 기대는 나에게 더없이 무거운 짐이었고, 점점 쇠퇴해가는 듯한 은하계의 모습은 내게 저주와도 같았네. 부디, 타바네 회장의 시대에는... 다시금 여명이 다가오길 바라네. 우리 기업은 언제나 어둠 속에서도 희미한 여명만을 쫓아 달려왔으니까."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타바네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대에게 작은 선물을 준비했네. 회장에게만 전해지는 마지막 진실이지. 우리 회사의 이름이 어떤 의미인지, 자네 역시 오랫동안 궁금해했을 테지."
타바네의 푸른 눈동자에 미세한 떨림이 일었다. 가장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질문. "이름이라... 예, 회장님. 항상 궁금했습니다. 왜 그토록 중요한 의미가 공개되지 않는지도요."
"취임식을 마치고 집무실로 가게." 전임 회장은 신비로운 미소를 지었다. "집무실 책상 위에 놓여 있는 '1급 기밀 서류'. 그것이 그대의 궁금증을 해소해 줄 걸세."
취임식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채, 타바네 회장은 새로운 자신의 공간, 회장 집무실에 들어섰다.
웅장하지만 어딘가 비어 있는 듯한 공간. 책상 위에는 전임 회장이 말했던, 평범해 보이는 봉투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 안에 수천 세대의 비밀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짐작하며, 그녀는 조심스럽게 봉투를 들었다.
서류를 펼친 타바네 회장의 푸른 눈이 천천히, 그러나 멈추지 않고 움직였다. 처음에는 그저 담담하고 전문적인 표정이었다.
하지만 몇 줄 읽어 내려가지 않아, 그녀의 눈썹이 미세하게, 아주 작게 꿈틀거렸다. 마치 예상치 못한, 혹은 감히 예상조차 할 수 없었던 사건의 전말을 마주한 사람처럼, 그녀의 시선이 한 곳에 잠시, 아주 짧게 머물렀다.
점차, 그녀의 입술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놀라움, 혹은 경탄의 감정이 서서히 그녀의 얼굴 전체로 번져나갔다.
평정을 유지하던 푸른 눈동자는 경이로움으로 인해 크게 확장되었고, 그 안에는 말로는 형언할 수 없는 깊은 감동과, 오랜 수수께끼가 풀리는 듯한 깨달음이 소용돌이쳤다.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녀는 손에 쥔 서류를 아주 살짝 떨며 다시 한번 맨 앞부분으로 시선을 옮겼다.
처음부터 다시 읽는 그 과정 속에서, 마치 수천 년 동안 풀리지 않던 거대한 수수께끼의 마지막 조각이 마침내 정확한 자리에 맞춰진 순간처럼, 그녀의 입술 사이로는 희미한 탄성이, 그러나 소리 없이 흘러나왔다.
경탄의 감정은 더욱 깊어졌다. 그녀의 시선은 서류의 글자 하나하나를 넘어, 그 행간에 담긴 아득한 과거, 회사의 진짜 역사와 철학을 꿰뚫어 보는 듯했다. 모든 것이 명확해지는 순간이었다.
"Sache's Code...."
낮게, 거의 들리지 않는 속삭임이 그녀의 입술 사이로 새어 나왔다.
"...그게... 이런 의미였는가."
작게 벌어진 입술 사이로는 숨 막히는 듯한 침묵만이 흘렀다. 그녀의 뇌리 속에는 수천 년의 역사,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얼굴, 기업이 걸어온 모든 길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고, 그 모든 감정들은 그녀의 얼굴에 고스란히, 생생하게 드러났다.
놀라움, 경외감, 그리고 거대한 운명을 마주한 듯한 벅찬 감동이 복합적으로 뒤섞인 그녀의 표정은, 마치 오랫동안 굳게 닫혀 있던 거대한 진실의 문이 마침내 열리는 순간을 목격한 사람과 같았다.
그녀는 떨리는 손을 진정시키며 서류를 조심스럽게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깊은 숨을, 마치 평생 참아왔던 숨을 내쉬듯 길게 내쉬었다.
충격과 감동 때문인지, 그녀는 잠시 동안 멍하니 집무실의 천장을, 허공을 응시했다. 마치 방금 전 온 은하의 가장 깊고 오래된 비밀을 엿본 사람처럼. 그 비밀의 무게가 그녀의 어깨를 짓누르는 듯했다.
잠시 후.
서류를 내려놓은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가... '그저 웃었다.'
어떤 웃음이었을까. 체념일까, 해탈일까, 아니면 새로운 시작을 마주한 자의 알 수 없는 확신일까. 그 웃음 속에는 수천 세대의 비밀과, 이제 막 그 비밀을 알게 된 새로운 회장의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SI의 'S'가 가진 진짜 의미. 그것은 이제 그녀의 짐이자, 그녀의 시대에 SI가 나아갈 방향을 결정할 열쇠가 되었다.
Public Last updated: 2025-04-27 08:10:18 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