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고

오늘의 이야기는 은하계 최대의 기업중 하나인 SI, 그 전체에서도 가장 한가로운 두 부서 중 하나의 풍경을 담고 있습니다. 바로 은하 유산 관리부 (Galactic Heritage Administration)입니다. 이곳의 거대한 수장고 깊숙한 곳에는, 한때 은하계를 휩쓸었던 수많은 역사적인 유물들이 먼지 쌓인 채로 영겁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한 공간이지요. 저는 이 관리부의 평범한 사원입니다. 오늘, SI의 중요한 VIP께서 이곳을 방문해 주셨습니다. 부디 저를 따라오십시오. 은하의 역사를 담고 있는 대표적인 유물들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오른쪽에 보이는 이것은 최초의 블래스터입니다. 머나먼 과거, 억압과 고난을 딛고 일어선 이름 없는 혁명가들이 별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그리고 자유를 갈망하던 노예들을 위해 만들어진 투쟁의 상징이지요. 비록 지금은 작동하지 않지만, 그 의미는 여전히 강렬하게 남아있습니다. 그 뒤에 놓인 낡은 장치는 하이퍼스페이스 드라이브의 시제품입니다. 현재 은하계 전역을 거미줄처럼 잇고 있는 하이퍼스페이스 항행 기술의 초기 모델이지요. 지금 보기에는 투박하기 그지없지만, 이 작은 장치의 탄생은 은하의 역사를 완전히 뒤바꾼 혁명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정말이지 오래된 골동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기 안쪽에 희미하게 보이시는 하나의 장치는... 라이트세이버, 맞습니다. 광선검입니다. 놀랍게도 저희 SI의 전신 기업이 한창 융성했던 시절에 발명한 물건이지요. 당시에는 에너지 기술의 정점을 보여주는 혁신적인 발명품이었지만, 지금은 그저 빛나는 고철 덩어리처럼 보일 수도 있겠군요. 그 외에도 최초의 지능형 드로이드, 초기형 궤도 엘레베이터 설계도, 링월드의 기록 등 수많은 귀중한 유물들이 이 수장고에 잠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VIP께서 진정으로 보고 싶어 하시는 것은 이런 평범한 유물들이 아니시겠지요? "그렇소." VIP는 낮고 묵직한 목소리로 답했습니다. 그의 모습은 그림자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말투에서는 숨길 수 없는 권위가 느껴졌습니다. "나는 조금 더... 귀중하고, 은하의 역사에 깊은 의미를 지닌 물건을 보고자 하오." 겹겹의 보안 장치가 조용히 스캔합니다. 첨단 기술로 지어진 이 보관소의 공기는 차갑고 건조했으니, 희미한 조명 아래 모든 것이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압도적인 기술력의 보호막을 지나 우리가 도착한 곳. 그곳에는 강화 투명 상자 안에 담긴, 언뜻 보기에 너무나 평범해 보이는 한 줌의 붉은 흙이 놓여 있었습니다. 나는 고개를 약간 숙이며, 은하계 최고 권력자 중 하나인 VIP에게 말했다. "그렇다면, 바로 이곳이 VIP께서 찾으시던 곳일 겁니다." 저는 상자를 조심스럽게 가리켰습니다. "코러산트의 흙입니다." 목소리에는 아득한 시간에 대한 존경심이 묻어 나왔습니다. "이 흙은 아득한 공허 넘어, 이곳 크리 행성계를 향해 길을 나섰던 고대의 개척선에 담겨 이곳까지 왔습니다. BBY 93279 , 지금으로부터 9만하고도 2천년도 전에 출발한 개척선이지요." VIP는 상자 속 붉은 흙을 한참 동안 말없이 응시했습니다 . 붉은색이라기보다는, 어둡고 깊은 진홍색에 가까운 그 흙 속에서 그는 무엇을 보고 있을까요. 9만 년의 시간, 인류의 요람 코러산트의 지표면을 딛고 있던 바로 그 흙. 막막한 우주의 공허 속으로 '희망'이라는 씨앗과 함께 보내졌던 '가능성'의 조각. 그 가능성과 함께, 아득한 시간을 넘은 작은 흙 한 줌은 큰 감동을 주는 물건입니다. "인류의 고향 코러산트에서 , 희망을 담아, 보이지 않는 위험으로 넘쳐나는 끝없는 우주의 공허 넘어로 떠나보낸 가능성, 그 가능성의 상징입니다." 내 설명이 끝나자, VIP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정말 귀중한 유물이오." 그가 나직이 말했다. 그의 눈빛에는 잠시 경외감이 스치는 듯했지만, 곧 숙련된 포스 센서티브 특유의 차분함으로 돌아오는군요. 그러나 이내 숨겨지지 않는 아쉬움이 묻어났다. "...하지만, 가이드. 나는 조금 더... 역사에 강하게 각인된 물건을 보고 싶군." 저는 VIP의 미묘한 실망감을 알아차리고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좋습니다. 더 깊은 곳으로 안내해야 하겠습니다. 우리는 복도를 따라 걸었고, 발소리마저 삼킬듯한 정숙한 공간을 지나 이내 넓은 홀에 다다랐습니다. 그곳 중앙에는 거대한 검은 비석 하나가 마치 별 자체에서 깎아낸 듯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며 서 있었다. 높이는 대략 10미터는 족히 되어 보였고, 폭 또한 상당했다. 거친 질감의 표면은 셀 수 없이 많은 선과 곡선으로 뒤덮여 있었는데, 너무나 오래되어 이제는 은하계에서도 극소수만이 해독할 수 있는 고대 문자들이 빼곡하게 새겨져 있었습니다. 그 앞에서, 아득한 시간의 무게가 공간마저 압도하는듯 하였습니다. 저는 비석을 올려다보며 설명했습니다. "은하 공화국에도, 당연히, 그 시작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열 개의 천년,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 동안 은하계를 하나로 묶어낼 가장 근본적인 규율과 법을 세우기 위해, 당시 은하계의 모든 문명에서 파견된 대표들이 이 역사의 장소에 모였습니다." 저는 손짓으로 거대한 비석을 가리켰습니다. "지금 VIP께서 보고 계시는 이 비석은 바로 그 순간, '은하 공화국 제헌 의회'의 모든 기록을 담고 있습니다. 그들의 토론, 합의, 그리고 은하의 미래를 향한 첫걸음이 새겨져 있습니다." VIP는 비석 가까이 다가가 손을 뻗어 조심스럽게 그 표면을 쓸었습니다. 그의 손가락 끝에 아득한 과거의 기운이 닿는 듯 했으니.... 수만 년 전, 코러산트 은하 의외에 모여 은하의 운명을 논했던 이들의 열기를 느끼는 듯 했습니다. "참으로... 대단하군." 감탄사가 흘러나왔지만, 만족스러운 표정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의 눈빛에서는 더 큰 갈망이 피어오르는듯 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조금 더 욕심이 생기는구려." 그는 비석에서 시선을 떼고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습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단호함과, 어떤 확신이 담겨 있었고, 그의 눈동자에는 타오르는 듯한 갈망이 보였습니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단순히 기록된 과거가 아니오. 움직였던 과거. 찬란한 영광을 온몸에 두르고, 이 광활한 별들의 바다를 개척하고 항해했던 이들의... 흔적을 보고 싶소." VIP의 눈빛은 과거를 넘어, 그 시대를 살았던 영웅들의 생생한 숨결을 갈망하고 있었다. 이제 그를 어디로 안내해야 할까. 가장 깊숙한 곳에 숨겨진, 전설 속의 유물만이 그의 욕심을 채울 수 있을 터였습니다. VIP의 눈빛에 담긴 갈망을 읽어낸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단순히 기록된 역사로는 그의 만족을 채울 수 없을 것입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영웅들의 숨결, 격변의 시대 그 자체였으니까요. 운이 좋게도, 저는 그가 만족할만한 하나의 물건을 선보일 권한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 있던 다음 전시품을 보여주었습니다. 거대한 제헌 의회 비석의 압도적인 존재감 옆에서, 다음 전시품은 오히려 작고 평범해 보일 정도였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목소리를 낮추며 제안했다. "VIP께서는... 은하 최초의 영웅을 아십니까?" VIP는 의아하다는 듯 눈썹을 살짝 올렸습니다. 그의 얼굴에 미미한 실망감과 함께, '또 어떤 거창한 이야기를 하려나' 하는 기색이 스쳤다. "최초의 영웅이라니? 수만년간 이어진 은하계의 드넓은 행성과 아득한 과거에는 전설 속 영웅들이 넘쳐나오. 누굴 말하는 것이오? 떠오르는 인물이 너무 많아서 쉽사리 짐작이 가지 않는군." 저는 작게 미소지었습니다. 그래, 바로 그 반응입니다. 제가 원한 반응이지요. "물론 전설은 많지요. 하지만 이분은 다릅니다." 나는 목소리에 무게를 실었다. "온 은하에 절망과 억압으로 인한 암흑만이 가득하던, 희망의 불씨조차 사그라들었던 시절. 그때, 용감하게 자유의 깃발을 높이 들어올려 수많은 종족의 노예들을 해방시키고, 아득한 시간 동안 은하를 지배해온 거악(巨惡)에 정면으로 맞서 싸워 기적과 같은 승리를 거머쥔... 진정으로 '최초'라 불릴 만한 한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VIP의 눈빛에 호기심이 분명하게 어렸다. 그는 이제 이 이야기에 완전히 집중하고 있었다. 저는 그에게 조금 더 다가가며 나지막이 하나의 이름을 말했습니다. 전설, 그 자체의 무게가 담긴 한 단어였습니다. "Sith'ari, Adas." 그 이름이 공중에 울리자, 비석의 거대한 존재감조차 잠시 잊히는 듯했으니. 저는 그의 업적을 간략하게 덧붙였습니다. "절망과 공포, 고통이 은하계를 뒤덮었던 시절, 그 어둠 속에서 희망의 불빛을 쏘아 올린 영웅. 거대한 암흑의 힘, 무한한 거악에 홀로 맞서 자유를 향한 꺾이지 않는 의지를 온 은하에 증명한 영웅. 그리고 승리 후, 수백 개 종족을 규율과 평화로 이끌었던 현명한 군주. 트루 시스의 시작" 이것이야말로 그가 찾던 '찬란한 과거' 의 정수일 것입니다. "그리고, VIP께서 그토록 원하시던 '움직였던 과거'의 가장 직접적인 흔적." 저는 빛이 덜 닿는 구석에 자리한, 또 다른 강화 유리 케이스를 가리켰습니다. 그 안에는 세월의 흔적이 역력한, 낡아 보이는 두툼한 책 한 권이 조심스럽게 놓여 있었습니다. 비석의 거대한 기록과는 달리, 지극히 개인적이고 내밀한 형태로. "바로 은하 최초의 영웅, Sith'ari Adas. 그의 일기장이 이곳에, 바로 당신의 눈앞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VIP는 더 이상 다른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시선은 오롯이 그 낡은 책에 고정되어 있었으니까요. 수만 년 전, 은하를 가로지른 정복자들에게, 은하 전체를 자신의 영역으로 삼았던 거대한 문명에게, 고통과 절망으로서 무한한 힘을 얻는 불가해의 제국에게 반역의 칼날을 들어올린 위대한 영웅의 내면이 담긴 기록. 그것이야말로, 박물관의 어떤 거대한 유물보다도 그가 간절히 바랬던 유물일 것입니다. 일기장을 응시하던 VIP의 눈빛에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그저 시시콜콜한 유물을 감상하는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었으니, 그것은 깊은 이해, 혹은 오랜 기다림 끝에 마침내 실체를 마주한 자의 섬광 같은 깨달음이었습니다. 그의 표정에서 이전에 보았던 차분함이 사라지고, 대신, 그림자처럼 짙은 무언가가 스쳐 지나갔습니다. 낮고 쉰 목소리로, 그러나 공간을 가르는 듯한 날카로운 힘이 실린 목소리로, 그는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허공에 무언가를 읊조리기 시작했습니다. "Peace is a lie, there is only passion. Through passion, I gain strength. Through strength, I gain power. Through power, I gain victory. Through victory, my chains are broken. The Force shall free me." 그는 하나의 계율을 낮은 목소리로 읊조렸으니, 시대를 관통한 계율의 낭송이 끝나자, VIP는 다시 저를 향해 시선을 돌렸습니다. 그의 눈빛은 더 이상 유물을 찾는 이의 그것이 아니었지요. 그것은 탐구자의 눈빛이었고, 자신의 길을 확신한 이의 눈빛이었습니다 "Sith'ari." 그가 다시 그 이름을 언급했습니다. 아다스, 은하 최초의 영웅이자 동시에 어둠의 전설 속에 남은 그 존재. "그의 이야기를... 조금 더 해 줄 수 있겠습니까?" 그는 더 이상 단순한 VIP가 아니었습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설명할 수 없는 깊은 갈망과, 마침내 진실에 다가가고 있다는 확신이 뒤섞여 있었으니까요. "나, 베인의 이름을 걸고. 그대에게 사례하겠소" 그의 진정한 이름이 고요뿐인 이 보관소의 차가운 공기 속으로 울려 퍼졌습니다. Darth Bane. 드넓은 은하계에서도 손꼽히는 시스 로드 중 하나. 현 시점 다크 제다이의 정점에 가까운 존재. 그의 목소리가 정적 속에 메아리치며, 또 다른 역사의 시작을 알리는 듯 했습니다. "물론이지요. 트루 시스의 시작, 그리고 제 위대한 조상..... SI에 내려오는 그분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Public Last updated: 2025-04-27 01:22:39 PM